무엇을 잡으려고 여기까지 달려왔던가? 무엇을 위하여 끝을 알면서도 쉼 없이 오르려고 하는가? 동안의 수행에 배신감을 남기는 것은 도달했을 때의 허무감이다. 그 끝에 대한 커다란 뻥 뚫림을 각오하더라도 언제나 동일함으로 현존되는 것은 다시금 허무감이다. 나를 내려 놓는다하더라도 부인할 수 없는 것... 존재하고 있는 이상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역시 같은 길을 반복하여 또 다시 걷는다는 것이다. 
  토해 낸 것을 다시 먹는 한결같은 반복은 결코 아름답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그 것의 반복으로 골수의 흐느적거림과 살이 녹아 용해된다. 이제는 현기증의 종말을 보고 싶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종말인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 욕구도 없다... 능력도 없다... 우리는 이렇게 외칠 수 있다.
어느덧 나약함에 길들여져 타협의 여우가 꼬리를 흔들 때 우리는 다시금 치졸의 폴더를 만든다. 폴더 속의 폴더, 그 폴더 속의 더 깊숙한 폴더로 나를 은닉하고 만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오월에... 내가 사는 이 곳 청주에서도 많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가들마다 어찌 마음의 현기증을 담고 살지 않았으랴!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 텅 빈 전시장을 머슴처럼 지키고 있을 때.... 가장 진지해 지고, 자신을 돌아보며, 영혼평안의 쉼을 얻는다. 접촉을 개방하고 있으나 그 누구와의 접촉도 아닌 묘한 침윤에 갇힌 멍한 상태에 나의 수묵이 휘감아 정수리를 자각해 놓는 순간, 지금의 이때에 오월의 청주를 다시금 생각한다. 전시의 풍요인가? 이기의 풍요인가? 아니면 허울 좋은 풍요는 빈곤을 함축한 위선일까? 등대 없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듯한 우리 지역의 미술을 생각하면서 나의 세포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흐느적거리는 골수에게, 녹아 용해 되어버린 나의 살에게 제발 희망이여 있어다오! 희망! 당신을 존경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찰나의 희망이라도 던져 주소서! 주인의 밥상 위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한 마리 개가 되어 던져준 희망의 부스러기를 눈물로 비벼먹겠습니다. 풍요로 가린 빈곤의 위선은 내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습니다. 성가심도 견디겠습니다. 신발의 뒷굽이 닳아져도 좋습니다. 열심히 뛰겠습니다. 축축한 날 기압이 내 무릎을 짖 눌러도 마다하지 않을테니 던져주소서!
오월의 청주에 희망을!...... 

  오월의 청주에 희망의 단비를 인식하고 있는 작가들은 분명 마음이 쓰라리리라. 세계 속에 한국, 한국 속에 청주예술을 아리도록 성토하는 담론의 장을 간절히 바란다. 이슈는 이미 초라함을 수반하고 있음을 염두 해야 하지만 쓰라림은 또한 희망을 수반하고 있음에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시행착오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듯 그간의 반복적 노마드의 착오에 일획의 필선으로 추스릴 때이다. 
  요즘 미술대전 비리의 아픔을 거울로, 조금만 더 관심을 갖자. 조금만 더 배려하자. 조금만 더 내 주위를 돌아보자.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는 것도 좋지만 슬퍼하는 자와 함께 산산이 부서진 마음의 조각을 잠시만이라도 함께 맞춰보자.

이제 조금만 더 사랑하자.
우리의 청주. 우리의 미술을......
그리고... 그리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숨을 고르게 쉬자.
마음의 쉼을 위하여!...
그리고, 오월의 청주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