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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원 개인전에 부쳐

빛-인식의 대상

Rain falling in Africa
장지+먹+석분+혼합재료
41×32cm
2015

   몇 년 전부터 황효원 작가의 작품화면 중심부엔 나무가 있다. 너무도 견고히, 당당히, 또는 외롭게 서있는 오직 한 그루의 나무는 독특한 형태로 화면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자신이 되어버린 창공과 대지 사이의 한 그루 나무는 자아중심성ego-centrism의 상징으로 주변의 반짝이는 빛들과 공존하고 있다. 그 빛은 작품의 기저가 되는 돌가루와 화면에 박힌 실재 보석들로 반짝이는데, “그 돌가루와 보석들이 반사하기까지는 거부할 수 없는 빛의 존재성으로 나타난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에게 있어 실존의 길목이 되는 빛은 작가의 의도처럼 본질을 되묻게 하는 매개자로 자리하며, 상황에 따라 본질직관을 인식케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프리카에 내리는 비’는 작가의 내적 갈증해소의 또 다른 언어로 삼고 있다. 타는 듯한 아프리카의 대지에서 오롯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나무는 작가의 갈한 혀끝에 한 방울의 물로써 라도 서늘함을 염원하는 영상을 스치게 하는데, 그것은 작가의 절규와도 동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떨어지는 비는 작가의 애상, 갈망, 염원, 눈물 등의 자아반추로 환언하고 있다. 그 환언의 언급은 중앙에 배치 된 자기중심의 나무로 자신을 의인화 하고, ‘빛’을 매개로 자아성취, 의지, 중심으로 또 다시 상징화 하고 있으며, 스스로 반짝이는 실재 보석은 미력하나마 자신을 스스로의 빛으로 성화시키는 소재로 화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 실재는 빛을 통해 더욱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결과를 낳듯이 빛이 없이는 그 어느 보석도 자체발광을 기대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작가에게 있어서 빛의 매개는 인식대상의 골격으로 전후좌우의 결과를 유발하는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다.

   황효원 작가는 실존과 본질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매개개념에 착념하는 변증적 작가이다. 미니멀 아티스트 프랭크 스텔라는 ‘What you see is what you see.' 로 대상의 인식현상을 언급했듯이 작가는 여기서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에 각별히 집착하고 있다. 언급하면 그가 선택한 매개는 ‘빛’이다. 인식 대상을 ‘빛’으로 출발하여 ‘빛’으로 귀결하는 의도는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데, 작가의 변증, 즉 분석적 시각은 자신이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중재자를 빛으로 선택하여 빛을 통해 어떻게 사물의 본질이 달리 보여지는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의 디지털 작업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나는데,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은 디지털을 통한 화면의 반전인 ‘다의도형 반전의 착시효과’로 작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작가의 새로운 시각분석으로 말미암은 시각의 즐거움은 실존과 본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 또한 빛의 실존희망은 사라지지 않고 이곳에도 존재하며 빛의 다층적 관조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화면에서의 인식 가능한 기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반전된 보석의 실루엣들로 미각을 채우고 있으며, 보고, 보여지는 대상의 인식 현상들의 범람을 작품은 견고히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황효원 작가에게 있어서 빛은 곧 인식의 대상이다.

한국화가 강호생

201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