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강호생 |
제6회를 맞이하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가 어김없이 9월부터 또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10년이 흘렀다. 어느 행사든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성공적이던 실패적이던 간에 장단점과 허와 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살면서 항상 양 갈래 선택의 문제에 있어 망설여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사람들은 항상 비판에 익숙해져 있다. 어쩌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비판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것이 예술가의 자세이며, 익숙해져버린 틀을 깨는 용기와 노력과 존재확인의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판은 행사의 리더들이 들어야할 내용이기도하다. 남을 판단한 만큼 때론 자신도 판단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판단 받기 싫어 깨지 못한 알 속에 갇혀있는 병아리 신세의 노릇은 하기 싫다.
＃ 생명은 깨져야만 새로운 탄생의 기쁨 만끽
생명은 깨져야만 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노력하기 싫어서, 깨기 싫어서, 남의 눈과 귀가 두려워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면 알 속에 갇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되기는커녕, 자기가 알고 있는 그 생활, 혹은 그 지식은 자신의 무덤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자세는 예술가에 있어서 죽음이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어 담론을 하는 것도 지혜 있는 것이지만 우매한 자에게는 비유가 통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직언을 해도 귀가 할례를 받지 못해 알아 들어먹지를 못한다. 인간인 나도 인간의 한계를 통감한다. 때론 약하고, 비열하고, 싸가지가 없고, 한심 그 자체가 인간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大事를 앞두고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는 邪心을 우선 버려야 한다. 사심이 진을 치면 그 일은 이미 실패다. 동기가 어떻든 간에 중간이던 끝이던 사심이 머리가 되면 그 행사는 이미 죽음인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결과에만 집착하여 떠들어 댄다면 그것은 역시 이미 예술이 아니다.
# 결과를 위해 달려온 과정의 희생 중요
결과를 위한 과정의 희생을 냄새나는 항문 뒤로 감추는 것은 자신의 아름다운 결과물을 위장하여 게시하는 것만큼, 그 뒷면의 치부를 더 잘 드러나는 공작새와 무엇이 다를 바가 있겠는가? 본질은 까맣게 잊고, 짙게 화장한 창녀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누구나 반긴다. 아껴야할 세월의 귀중성은 오간데 없고, 현실 집착증에 헤엄쳐 움직일수록 빠져드는 늪임을 깨닫지 못한다. 썩어질 내 한 몸 우선 약삭빠르게 챙기면 남의 아픔과 슬픔은 별개로 생각한다. 서러운 이들의 밑거름으로 성장한 자신의 알량한 위대함의 치부를 자랑하기에 급급하다. 깨닫고 보면, 이 모든 것이 사심의 결과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합리화로 인정하려 들지 않고, 결국 합리화로 채워진 눈덩이는 더욱 커져 힘차게 굴러가고, 작은 것들을 모조리 잠식시켜버리며, 새로운 절대 눈덩이 즉, 가공된 절대적 자신이 만들어 진다. 그 절대적으로 가공된 자신은 모든 것을 잔해하는 기계로 변하며, 주위를 평정하게 된다. 용기 없고, 힘없는 자들은 그의 노예가 되고, 이렇게는 살 수 없다하여 비판하며,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은 이미 길들여진 노름판에 또 한 번의 죽음을 맛본다.
# 비엔날레의 외형적 성과에 대한 집착 버려야
절대 권력은 누구나의 마음속에 존재하기마련이다. 정치판이던 혹은 종교와 예술이던 大事던 小事던 존재한다. 다만 그 남용하는 알량한 至尊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갖지 못한 자들을 위하여 내어줌이 되었던 선인을 닮았으면 한다. 전장에서의 진정한 싸움은 졸병과 졸병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지휘관과 지휘관들의 싸움인 것처럼, 아무리 큰 행사라 하더라도 수 백 명의 인력을 통솔하는 것은 리더가 되는 몇 사람이 하는 것이다. 실종된 리더의 마인드는 패배를 부르며, 세대를 두고 오르내리는 법이다.
지금까지의 알레고리를 통한 글은 무엇을 말함이었는가를 우리는 자성해야하며, 마치 청주하면 공예도시인 것처럼 떠들어 대는 착각에 함몰되지 말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10년 동안의 관객동원이라는 외형적 성공에 스스로 긍정적 평가를 했던 화제는 의미 없음으로 간주하고 싶다. 더구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가시적 성공을 말한다면 이 지면이 무척이나 아까운 것이 되고 만다. 진정 우리의 心碑에 새겨야할 것들은 비가시적 성공을 염원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것을 통하여 물질적인 것으로만 남는다면 그 행사는 실패한 행사다. 물질적인 것을 통하여 비물질적인 것을 남김으로 사람을 변화시켰다면 그것이야말로 훌륭한 행사이며, 그야말로 예술인 것이다. 즉 물리적 변화라 함은 물질의 성분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겉껍질의 상태만 변화하는 현상을 말함이며, 화학적 변화는 물질의 그 자신 혹은 다른 물질로 완전히 새로워지는 물질로 바뀌는 일이다.
#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역사속 주인의식 필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앞으로 10년 동안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나는 오늘,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 하기엔 아직도 여물지 못했나보다. 아무튼, 이와 같이 행사의 리더와 작가는 물질적인 것에만 집중하여 화학적 변화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며, 비물질적 탐구와 물리적 변화의 각오로 그 속성마저도 새롭게 변하는 태도가 역사의 주인이 된다는 사실을 마음의 비석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2009. 9. 17
한국화가 강 호 생
텅빈충만 강호생
강완규 개인전에 부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지난 10년 다가올 10년'
Hosaeng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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