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 HOSAENG

얼마 전 청주 명암타워 아래의 호수에서 한가로이 떠다니는 배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한 쌍이 되어 열심히 페달을 밟을수록 배는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나와 아내는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의 표면을 보면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아내가 집에서 직접 내려온 원두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온 것이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풍경이 사람의 마음을 화평하게 하고 있었다. 그 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여기 청주는 갈 데가 너무 없어! 너무 심심하고 재미도 없고!..., 대체 발 붙일만한 곳이 손가락 꼽을 정도니...’ 사실 그런 면에서는 이 곳 청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예술 문화와 대한 이슈issue의 중심부 부재는 사람들의 빈 가슴을 이렇듯 채워주지 못한다. 내가 수년 전 대청댐 일대를 돌아보면서 ‘대청댐 방면에서 청남대쪽으로 아치형의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명소를 만드는 것이 너무 멋질 것 같다.’ 라고 잘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 한 적이 있고, 청주를 상징할 수 있는 거대한 조형물 내지는 예술 센터, 그리고 청주 예술의 전당의 광장을 재설계하면서 인공폭포와 연결하는 광장을 만들며, 고인쇄박물관 일대를 완전히 특구 구역으로 재편성하기를 몇 몇 지인들에게 수년전부터 강력히 예기해 왔었다. 아직은 요원한 예기지만 나 역시 가슴에 채워지지 않는 상징성 부재를 이 곳 청주에서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라고들 말하지만 완벽한 이론은 완벽한 실제와 좀 더 가까이 갈 수는 있다. 의식만 가지고는 다 되는 것이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그래도 좀 더 적극적 의식을 가진 자가 있다면 초라한 도시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대국이 되기까지는 경제 자체만을 가지고서는 안는 것이다. 온전한 의식으로 출발한 작품은 등가적 가치를 갖듯이 경제에는 동시에 예술이라는 것이 믹서 될 때 가능한 일이며 가속도가 붙는다. 진두 지휘자는 주위의 훈수도 들어 줄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겠지만 천상의 탁월한 리더십이 이미 배여 있어야 한다. 그럴만한 자질이 없으면 스스로 지휘자로서의 위치를 내려놓는 것이 자신과 주위를 위해서 현명한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한 시대의 퇴보는 각오해야하는 것이다. 결과 위주로만의 행사를 성공적 행사라고 떠들지 말아야 한다. 입장객 수가 많다고 성공한 행사라고는 또한 역시 떠들지 말아야 한다. 언제까지 버블행사에 갇혀 있어 버블 자체를 보지 못하며, 이기적 충신들의 달콤한 언변을 분별치 못할 것인가? 거대 이기적 현상은 지역작가들에게 있어서 많은 손해를 본다. 이러한 일면 뒤에는 작가들의 책임도 없다아니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생리상 지극히 개인적 측면 때문에서인지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하여는 상관하지 않으려든다. 힘주어 말하고 싶다. 저질러진 결과를 비판만 말고, 좀 더 거시적 안목으로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작가들의 부지런한 발걸음이 있어야 된다고.
   광풍에 요동치는 초라한 한 조각의 배를 누가 다스릴 수 있는가? 이 땅에 예술의 평화는 언제 올 것인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던가? 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제는 더 이상의 시행착오 보단 온전한 실천이 요구되며, 한 배를 다스리는 지휘자와 작가는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야말로 차가운 통찰력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자가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