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 HOSAENG

늦잠을 자 몸을 추스르지 못할 때 외에는 아침 여덟시 이삼십분이면 틀림없이 나는 작업실에 있다. 한 잔의 녹차내지는 커피로 하루를 계획한다. 늘상 그래왔듯이 대부분은 예술, 문화 등에 관한 생각과 실천의 장이 되는 공간에서 많은 일들이 축적된다. 이론과 실기에 대하여 강의 준비를 하거나 무엇인가 좀 더 알기 위하여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항해하기도 한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지만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다”라고 하고 싶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렵고, 힘들고, 괴롭다. 그림을 그리려는 의식은 오히려 막힘이 될 때가 있고, 앎이라는 것 자체가 오히려 곤경에 처하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노자는 “알지 못함을 아는 것이 최상의 앎이요,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하는 것이 병이다”라고 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혼합되어 펼쳐지는 곳은 나의 작업 공간이다. 가끔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재미있는 공간의 맛을 음미하게 된다. 왼쪽으로 머리를 돌려 관망하면 예술의 전당과 분주히 다니는 자동차들로 도시의 활기찬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려보면 흥덕사가 있는 양변산 기슭으로 한산한 시골의 평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질적인 도시와 시골의 다른 느낌을 체험할 수 있는 정점의 공간이 되는 곳이 바로 나의 작업실이다. 난 이러한 매미소리 요란한 교차의 공간에서 이질적 원리로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인생을 깨달으며, 예술의 향방에 대한 열쇠를 받는다.
국내외뿐만 아니라 이 곳 청주에서도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그 양도 만만치 않다. 무엇을 위하여 쉼 없이 그토록 빠르게 달리는지 모두들 바쁘기 이를 데 없는 반면, 전시회의 양적 팽배에 비하여 질적 상승의 속도는 걸음마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시작에 비하여 결과 후엔 막상 가시적 성과만을 기획했던 시행착오의 거듭된 전시행사가 난무하고, 개별적 작가들의 자존은 인정받기는커녕 대형 기획에 일회성 소모품내지는 쇼윈도우 내의 인형 꼴이 되어버리는 현실에 통탄한다. 이 것 또한 나의 앎의 결과이기에 모르는 것이 약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결국은 작가들의 욕심에서 기인된 것도 있겠지만 대형기획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기회라 생각하여 기획에 쉽게 응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의 결과물로써의 행사로만 남았지 작가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의 역할은 너무나도 미진한 기획일 때가 많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염두 해 두지도 않았을 수 있다. 작가는 그 미진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알기기 위해 때로는 소모품성 기획의 인형이 되는 그 곳에 자신을 혹사시키기도 한다. 도시와 시골의 교차를 맛보는 이 곳 나의 작업공간에서 나는 상념에 잠긴다. 지나친 시행착오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이제는 우리 작가들도 앉을 자리 설 자리를 분명히 구분하여 끼워 팔려 나가는 신세의 대열로부터 벗어났으면 한다.
강태공이 고기를 낚기 위해 존재했을까? 아마도 마음을 낚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성만을 얻고자 세월을 낚기보다는 진실한 마음을 낚는 화가가 되고 싶지 않은가?
노자 왈 “나를 알아주는 자가 드물수록 나는 귀한 존재가 된다.” 무더운 이즘 모두에게 냉수를 마음으로나마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