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쓰린 적이 있다. “공모전에 떨어져 열받아 보기도 싫은 작품을 왜 보냈습니까?” “예?! 무슨 말씀이신지?” “기분 나쁘게 이런거 보내도 되는거요?” “실례하지만 누구십니까?” 
  약 여분 동안의 통화는 내 자신의 괴로움만이 아닌 작가로서의 ‘그릇’도 되지 못한 자들로 우리를 지치게 하고 오해를 만들며 그들의 그런 소양은 예술계의 제자리걸음의 현실적 단면을 부추기는 듯 했다.
공모전의 낙선작 반출 일에 찾아가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택배발송에 관한 공고 후에 작품을 보내 주었던 것이다. 순간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화내지 마시고, 이제 작가 대 작가로서 이야기합시다. 당신은 공모전에 출품할 자격도 없습니다. 그리고 작가라고 말 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소중히 여길 줄도 모르고, 낙선된 작품이 되돌아왔다고 꼴 보기 싫어하며 흥분조로 따지고 계시는데... 공모전에 출품할 때는 입상과 낙선에 대해서 염두 해 둬야하는 것 아닙니까? 오히려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숙고하시는 것이 자신을 더 격상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이후의 예기는 상세히 거론할 가치조차도 없는 마음 아픈 내용들이라 생략하기로 한다. 작가라고만 떨벌리며 작가 자격조차도 안되는 그런 자들이 어찌 예술문화의 수준 높은 심미안을 리드해 나간다고 열변을 토할 수가 있겠는가? 작품은 이미 내 마음인 것이다. 작품 그 자체는 이미 내 자신인 것이다. 작품과 나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요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갖추지도 못한 소양으로 말미암아 일반인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분명 우리 예술인들의 책임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음 아픈 또 하나의 현실을 적어본다. 음악, 무용, 연극 등의 공연을 관람하려면 입장료가 있다. 그러나 유독 어찌해서 미술 관람의 입장료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한가? 화가의 한심한 상황을 열거해보면, 재료비 사서 화방 돈 벌어 주기, 액자 해서 표구사 돈 벌어 주기, 전시장 임대해서 화랑주 돈 벌어 주기, 뼈 빠지게 그림 그려 거의 반값에 화랑주 돈 벌어 주기, 열심히 홍보해 광고주 돈 벌어 주기, 도록 만들어 출판사 돈 벌어 주기, 그것도 모자라 공짜로 도록 나눠주기, 전시가 끝나도록 그림 한 점 매매 되지 않아 전세방 날리기 등이 얼빠진 화가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람료하나 챙길 줄도 모르고 어쩌다가 전시장에 관람료를 받게 되면 무슨 관람료냐고 성질내고 되돌아가는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을 볼 때 붓을 꺾고 싶은 생각이 어찌 아니 들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은 일반인들의 안목부재도 있겠지만 예술인들의 사고부재를 더 문제시 삼고 싶다. 
  외국 작품이 들어와 전시한다면 요란한 광고에 매료되어 몇 만원의 입장료도 아까워하지 않고 200여 미터 줄서기의 인내는 즐거움으로 기다린다. 반면 동일 건물 내 국내 훌륭한 작품의 전람회는 공짜라도 줄서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요즈음 인사동을 가면 간간히 최소한의 입장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물론 돈을 벌기위한 목적은 없다. 다만 시민들의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작가들의 말과 동시에 공짜의 관람은 각고의 완성작에도 불구하고 화살 날아가듯 빠르게 지나치며 곱씹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들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입장료를 받으면 좀 더 성실히 관람하고 꼭 볼 사람과 보지 않을 사람이 어느 정도 구분되면서도 전시장이 시끄럽지 않고 조용해진 관망의 상태로 된다고 한다. 
  내 신의 고상함은 내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기본의 예술적 마인드가 내 몸과 마음에 베어나는 사회, 그리고 칸트가 강조하는 ‘존재 거듭 확인’까지는 고사하더라도 ‘자존’을 확인 해 보는 나름의 인식전환에 목말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