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부탁받고 문화의 향기에 게재한 시간이 벌써 일 년이 되었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달이 퍽이나 짧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때론 부담이 되는 것이 글 쓰는 일인 듯싶다. 날마다 글을 써야하는 기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가볍게 쓰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때론 예술계의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또는 알레고리를 통하여 세상으로 드러내는 일은 무척이나 부담을 각오해야하며, 그러한 용기 없이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없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맹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ea Bocelli)와 천상의 목소리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ghtman)이 함께 부른 'Time To Say Goodbye' 가 12월에 들어서 떠올랐다. 이것을 잠깐 예기하자면 Time To Say Goodbye의 이탈리아어 제목은 Con Te Partiro 로 본래 이곡은 안드레아 보첼리의 솔로앨범에 들어 있던 곡이다.

  독일 출신의 세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인 헨리 마스케로부터 자신의 은퇴 경기의 오프닝 곡으로 노래 불러 줄 것을 의뢰 받고 어느날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태리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르는 Con Te Partiro를 듣고 그를 찾아가 함께 노래 부를 것을 제안하여 이날 경기 오프닝 곡으로 불렀다. 이날 경기에서 진행된 마스케는 판정패를 당하고 링에서 내려와야 했는데 관중들이 기립해서 그를 위해 Time To Say Goodbye 를 다시 불렀고 그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후 이곡은 많은 이의 사랑을 더욱 받게 되었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도 멋지지만 그 때 안드레아 보첼리를 응시하는 표정들과 그의 제스처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감정을 느꼈으며, 뜨거운 심장의 박동을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인식했을 것이다. 그림 그리는 일 또한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을 보면 사람의 가슴을 완전히 쓸어버리고 만다. 선상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다만을 보고 자라 바다 밖 세계를 전혀 모르는 '나인틴 헌드레드'는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으로 배 안의 모든 승객과 선원들을 기쁘게 하며 살고 있을 때 음반 제작 중 선창 너머로 보이는 여인을 통하여 자신의 감정이 극도로 살아나고 있었다. 

  나인틴 헌드레드는 그녀를 보며 즉흥적으로 건반을 감미롭게 덧치하며, 그녀를 향해 건반도 보지 않는 그의 연주와 심상 몰입은 나를 얼어붙게 했다. 가족과 함께 보고 있는 나는 순간 ‘야! 저 사람이 지금 꼭 아빠와 같구나!’ 하니 식구들이 웃고 있었다. 내 가슴은 터질 듯이 쿵쾅거렸고, 동시에 예술의 아름다움과 현실 속에 살고 있지만 비현실적인 나의 환경에 애통함을 느껴 가족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적실 수밖에 없었다. 그림 그리는 일 역시 이와 동일하며 자신의 애통함이 없고서는 천상의 열매를 맛볼 수 없다. 자신에 대하여 너무 관대하다보면 진보가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지역도 진보의 장애를 가져오는 지나친 관대함은 없지 않았는가? 그리고, 충북 도립미술관 건립의 장애를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뜨거운 가슴을 가지지 않고서는 예술은 없으며,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지금껏 누차 반복한 예기지만 예술 없이 경제 자체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음을 모두는 알아야 한다. 

  예술에 투자하지 않고서는 지구촌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도와 시는 예산 타령에 미래를 보지 못하는 눈뜬 봉사의 처지가 되지 않았으면 간절히 바란다. 

  이젠 나도 쉬고 싶다. 신문고를 통한 나의 지금까지의 질곡은 반드시 밀알이 될 것을 다시금 굳게 믿으며, 이제 안녕이라 말할 때가 되었다. 

  Time To Say Good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