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제주도행을 시도했다. 몇 번의 외국은 다녀왔지만 국내의 제주도는 가본적이 없는지라 무척 기대를 하고 한성항공에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이 찬란한 구름위에 떠있는 광경은 아름답다. 항공기의 소음에 다소 힘들었지만 그래도 여행 중에는 즐거우면서도 무척이나 부러움을 느꼈다. 내가 사는 이 곳 청주와 크게 비교되는 관광지와 지리적 요건은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가는 곳마다 입장료를 받으며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있었다. 또한 요즘에 국내 드라마의 물망에 오르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인 제작비 430억의 흥행대작 ‘태왕사신기’ 촬영장에도 다녀왔다. 너무 멋졌다. 순간 난 ‘이런 것이 청주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입장객들을 봐서라도 알 수 있듯이 과연 드라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이웃 나라들과의 수출협약 및 일본에서는 전역의 극장을 통해 6개월간 상영하기로 했으며 상영관 수는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촬영 현지의 입장 수입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것이 문화예술의 강국으로 가는 디딤돌임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 ‘태왕사신기 촬영장’의 현장에서 중얼거렸다. ‘바로 이것이 애국하는 길이다!’ 라고 했다. 그 때 옆에 있던 어떤 아주머니는 그 말을 듣고 비웃는 듯 했다. 또 다시 성산 일출봉에 이르러 내가 사는 청주의 초라함을 다시금 떠 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난 2월호에 청주 도큐멘타의 출범을 글을 통하여 그리고 방송을 통하여 이미 알린바 있다. 아시아 동부의 허브(hub) 도시로서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의 판도와 주도성을 한국에서 그것도 청주에서 부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리 및 여건의 특성, 수도권과의 가까운 거리, 도심 속의 국제공항, 고속전철역사, 세계화 주목성의 동반역할인 직지의 고장, 집중된 방송3사 및 언론사들로 합체된 행정복합도시 인근의 독립도시를 확보하여, 이미 준비된 공간으로써 지리적 여건이 국내 어떤 도시들보다 걸 맞는 도시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청주시는 단순 독립 도시라는 점인데, 방만하고 복잡한 수도권과 대도시의 속성으로는 도큐멘타의 특성화 요체로써는 그 순수성과 집약성이 매우 약하다는 것 등에 관한 내용을 호소하듯 게재 하여 부푼 마음으로 준비하였지만 9월경에 돌연 추진계획에 정치적 걸림돌을 맞게 되면서 나는 아예 청주를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했었다. 청주를 사랑한 내 자신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청주를 통하여 느낀 배신감은 나를 한 동안 힘들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서의 내 가슴 한 구석이 그토록 크게 저려왔던 것일까?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없으면 눈뜬 봉사와 다를 바가 없다. 전에 비해 예술문화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청주는 무척이나 부족한 것 같다. 또한 그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된 행사를 제대로 실천했으면 간절히 바란다. 얼마 전에 끝난 청주의 자랑거리?라는 그 행사에 대하여 무슨 연유로 모두들 함구하고만 있는가? 추진계획에 정치적 걸림돌을 맞을까 두려워서인가?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 지역의 예술을 사랑하는 진정한 시민과 예술을 사랑하는 진정한 작가라면 미래를 보는 눈에 한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다. 지금 내가 당장 깨지지 않으면 내 자식이 깨지지 않을 것이오, 내 자식이 깨지지 않으면 내 손자 손녀가 깨지지 않을 것이다. 깨지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가? 두려움은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자라면 숨 쉬며 살아 있는 동안 어떤 삶을 택하고 싶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