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급변해가고 있는 현대 미술의 전시형태는 실내의 전시장에서만 머물지 않고, 도심의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관람객 참여 및 그들과의 상호소통을 위하여 작품을 읽어내고, 의미형성에 참여시키는 등의 복합적 전시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비엔날레 형식의 전시회 등과 더불어 독일에는 유럽과 미국의 예술 경제시장 및 민간 주도의 전시행사로 현대미술의 메카, 문화관광지로 만들어 성공한 카셀 도큐멘타가 있는데, 전시기획자 뷔르겔(Roser Buergel)의 기획으로 2007년 6월 16일부터 9월 23일까지 100일간 카셀에서 12회째로 개최된다. 국내 여러 비엔날레 등이 있지만, 한편으로 대부분의 전시형태는 산업자본주의의 운영 형태를 따라가기 위하여 기획자들은 대형 산업 자본주의의 논리에 맞게 전시 기획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운영 형태에 근본적 개선의 불가피함을 느낀 대부분의 기획자는 산업자본주의의 개입으로부터 비엔날레 및 여타 전시회들을 독립시키기 위하여 대안적 과제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물론 과거에는 비엔날레들이 대안 프로그램의 각축장처럼 인식되어지기도 했지만 대안적인 전시는 그에 대한 명쾌한 규명이 결여된 채 일종의 패션처럼 유행하고 있었다.

  이렇게 산재된 많은 과제 속에서 청주 도큐멘타가 그 출범의 상황에 이르렀다. 굳이 카셀 도큐멘타의 모방이라 섣부른 판단을 논하기 이전에 오늘날 미술의 영역은 과거처럼 고정된 틀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총체성과 접목시키거나 예술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실천적인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청주 도큐멘타의 출범이 변별력 없는, 그저 그러한 타 전시회들의 행로를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로 국한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대안으로서의 청주 도큐멘타의 출범이라면 기존의 제도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뭔가 구체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천력이 겸비된 것이어야 한다. 주지하듯 탄광도시였던 카셀의 도큐멘타는 정책과 아이디어가 집약되어 성공했듯이 실천력 없는 아이디어만의 부르짖음은 엄밀한 의미에서 대안이라 할 수 없다.

  이번의 청주 도큐멘타가 그 움직임의 토대로 아시아 동부의 허브(hub) 도시로서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의 판도와 주도성을 한국에서 그것도 청주에서 부활해야 한다는 당위성들의 논의를 간추리자면, 지리 및 여건의 특성으로 수도권과의 가까운 거리, 도심 속의 국제공항, 고속전철역사, 세계화 주목성의 동반역할인 직지의 고장, 집중된 방송3사 및 언론사들로 합체된 행정복합도시 인근의 독립도시를 확보하여, 이미 준비된 공간으로써 지리적 여건이 국내 어떤 도시들보다 걸 맞는 도시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청주시는 단순 독립 도시라는 점인데, 방만하고 복잡한 수도권과 대도시의 속성으로는 도큐멘타의 특성화 요체로써 그 순수성과 집약성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여 단시일 내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청주 도큐멘타는 그간의 도큐멘타전과 비엔날레전의 성패 등을 거울삼아야 할 것이며, 방송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환기된 대중적 관심도 중요하겠지만 문화적 산물의 성공 여부는 ‘비가시적 것’이어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 평가는 ‘역사의 작업’에 맡겨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