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생 초대전-현대백화점 충청점 갤러리 H
수묵과 채색으로 재현된 빛과 시간의 여행
강호생 2013.01
 내 작품의 일관성을 보이는 것은 여백과 수묵으로 정의되어지는 표현의 자율성에 있다. 이번의 작품은 화면상의 물기둥 형상 사이를 유유히 여행하는 장면들을 묘사하였다. 생명의 상징인 물의 흐름은 화면배경의 기본 주제형태를 만들고 있으며, 내가 일관해 오고 있는 수묵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수묵의 타이밍'에 대한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그간의 작품들과 크게 변한 것은 '원색으로 충만한 화면의 역동성'을 꼽을 수 있다. 종전의 기법은 수묵의 엄숙함과 곱씹는 맛의 내적지향을 표현했다면 이번의 작품은 수묵과 함께 어우러지는 시원한 채색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어 경쾌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유도하였다.
이번 나의 작품에 대한 제작 태도는 '첫째로 가능한 직선적 날카로운 선과 면적은 피하며, 부드럽고 곡선적인 유연한 선과 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둘째는 가능한 제한된 몇 가지의 색상으로 화면 이면에는 먹색이 주를 이룰 것'으로 의도된 작업을 하였다. '수묵과 채색으로 재현된 빛과 시간의 여행'이라는 주제를 성립시키기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천'을 재료로 선택하였고,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의 양과 시간성이다. 먹과 물의 비율도 매우 중요하며, 특히 번지는 먹물에 가장 알맞은 순간의 타이밍을 맞추는 작업이다. 먹과 혼합된 물, 그리고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을 섞어 붓질을 해야 한다. 이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물의 양을 얼마나 배합 하는가에 따라 먹의 점도가 아주 다르게 나타난다. 때문에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먹과 물의 움직임에 대하여 관찰하며, 우연성을 필연성으로 이끄는 작가의 영역에서도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와 같은 작업 속에는 '먹을 통한 물의 표현'을 '생명력'으로 보며, 동시에 물 흐름 형태를 통하여 '빛'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시간으로 축적된 물의 모습은 '이동의 흔적'을 남기게끔 표현하여 '시간성'의 의미 부여와 화면 속에 보이는 물기둥 사이들을 두루 여행하는 유희적 태도를 보여주고자 했다. 생명 되는 물 흐름의 흔적들은 관람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주된 부분으로 신비로움과 바로 찾아낼 수 없는 기운들을 느끼게 하였는데, 바로 여기에서 사람에게 미치는 에너지 방출을 표현 하는 것이며, 그러한 에너지는 나 자신이 부서지지 않고서 열매 맺을 수는 없다. 내가 수 만 번의 고뇌와 열정으로 빚어내는 영적인 파트이기에 '수묵의 오묘함으로 풍부하게 아름답고', '유연한 곡선이면서도 직관적 아우라'를 표현하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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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미술세계 창간 30주년 특별기획 초대전
텅빈충만 강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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