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소장품 특별전<심안으로 보라> 중에서의 강호생 평문

  강호생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묵의 정교한 필선과 과감한 먹의 매력을 고루 보여주는 작가이다. 이러한 작업은 물과 먹의 양을 계량하거나 면적에 따른 물감의 양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회화적이지만 과학적인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작가로서의 실험 정신을 내포한다.

  <빛과 시간의 역사>(2011)는 스미고 번지는 물의 속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내는 물리적 변화를 포착하여 그 표정을 화면에 담아냄으로써 시간을 축적한 작품이다. 작가는 섬세한 관찰과 시간의 경영을 통해 무작위의 성질을 지닌 것을 자신의 조형 언어로 수렴해낸다. 이는 단순히 조형적 기능이 아니라 전적으로 작가의 안목과 선택에 의해 포착되는 순간적인 것이다.

  물 혹은 수묵이라는 재료가 지닌 독특한 물성과 시간이라는 자연, 그리고 작가라는 인간이 어우러진 독특한 조형 방식을 보여 준다.

light and History of Time Korean Ink on Fabric 265×130×30cm 2011